Wednesday, September 16, 2009

전남 곡성군 겸면 백운마을 야생돌물 습격 사건

밤마다 농심 할퀴는 ‘야생동물 습격사건’

광주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한밤중 시골 마을에 갑자기 동네 스피커에서 굉음이 울린다.


들판을 향해선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지고, 마을 주민은 양동이를 두드리며 악을 쓴다. 


산골마을인 전남 곡성군 겸면 백운마을엔 매일 밤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창 여물기 시작한 고구마와 옥수수를 먹어치우러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를 쫓기 위해서다. 멧돼지들이 3~4마리씩 떼를 지어 배를 불리고 가면, 또 다른 무리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주민 20여명은 멀리서 멧돼지를 바라볼 뿐 뾰족한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 마을 이양숙씨(64)는 “며칠전 새벽 산비탈 고구마밭 660㎡를 멧돼지가 모두 파먹고 쑥대밭을 만들어놨다”면서 “억센 멧돼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산을 낀 전국의 논밭이 야생동물의 먹이터로 변하고 있다. 


‘법적 보호’를 받게 된 야생동물이 그 수를 크게 불리면서, 농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야생동물에 의한 전국 농가의 피해액은 160억원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33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 23억원, 충남 20억원, 강원 1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멧돼지 피해가 58억원으로 가장 많고 고라니 24억원, 까치 20억원 순으로 드러났다.


곡성군 환경보호과 윤종진씨는 “2007년엔 사냥이 허락돼 야생동물 수가 줄어들면서 이듬해에는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면서 “한해동안 개체수가 다시 늘어 최근 피해신고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치가 현실적으로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오로지 농민 스스로 멧돼지와 맞서야 할 형편이다. 읍면 사무소나 군청에선 여전히 사전 대책없이 피해발생 후 현장확인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농민들은 ‘호랑이 소리 녹음방송’ ‘폭죽 터뜨리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소용이 없다. ‘전기 울타리’가 효과적이지만, ㏊당 약 220만원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감전돼 숨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 


피해집중 지역에는 ‘사냥꾼’ 배치가 가능하지만 오후 10시까지만 총을 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농민들은 이에 따라 ‘야생동식물 보호법’의 대폭적인 개정을 통해 ‘피해보상 지역 확대’ ‘방지시설 국비지원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동식물 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 지역’ 등 안에서 입은 농가 피해만 보상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엔 사실상 경작지가 거의 없어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법조항으로 지적된다. 또 ‘야생 동물 방지시설 설치비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피해건수가 아닌, 일률적으로 매년 시군당 2000만~3000만원씩 지원, ‘시늉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일부 시군에서 피해보상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피해 신고 절차가 까다롭고, 피해 상황이 인정되더라도 보상액은 소액”이라며 “실제 신고액보다 수배나 많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지원대책이 마련될 수 있게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입력 : 2009-09-06 18:29:18ㅣ수정 : 2009-09-06 18: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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